《클래시로얄 무협소설》
강호에는 두 개의 패가 존재한다. 하나는 정의를, 다른 하나는 야망을 상징했다. 수십 년간 균형을 이루던 무림이 요동치기 시작한 날, 전설로만 전해지던 절대무공 천마신보의 첫 조각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날부터, 강호의 패는 다시 섞였다.

《강호를 지배하는 두 세력-등장인물》
🛡️정파: 천무맹(天武盟)
• 메가나이트 – 철갑 무사이자 천무맹의 수장
• 마법사 – 화염 무공과 전략을 겸비한 군사
• 머스킷병 – 강호 최고의 저격수
• 발키리 – 회전검을 휘두르는 여맹주
• 나이트 – 검과 방패의 충직한 무사
• 광부 – 실은 사파와 내통 중인 배신자
🛡️사파: 암영종(暗影宗)
• 페카 – 검은 강철 갑옷의 최강자
• 다크 프린스 – 방패와 창을 든 어둠의 전사
• 해골 왕 – 양 세력을 넘나드는 야심가
• 해골 비행선 – 공중에서 파괴를 쏟는 병기
• 라바 하운드 – 불꽃을 내뿜는 신수
• 미니언 군단 – 어둠의 암살자 그림자들
《1편 목차》
• 서장: 운명의 조각이 깨어나다
• 1장: 첫 번째 조각을 쫓는 자들
• 2장: 첫 충돌
• 3장: 배신의 시작
• 4장: 그림자에 잠식된 진실
• 5장: 조각은 누구의 손에

《서장 - 운명의 조각이 깨어나다》
강호에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었다.
그 전설은 말한다.
‘천마신보(天魔神寶), 그것을 손에 넣는 자는 하늘을 거스르고 천하를 발아래에 둘 것이다.’
이름조차 감히 입에 올리기 꺼려질 만큼, 천마신보는 무림에서 금기의 존재였다. 그것은 무공이 아니라, 절대적인 힘이었다. 일보(一步)에 천리를 걷고, 일격에 산을 무너뜨리며, 정신을 휘감아 죽음을 초월하게 만든다는 이 신보는 수백 년 전, 강호의 피를 말린 전쟁의 중심에 있었다.
그 전쟁의 끝에서, 누군가 천마신보를 봉인했다.
그렇게 신보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사람들의 입에서조차 멀어졌다. 아니, 멀어졌다고 믿었다.
그러나, 균형은 오래가지 않았다.
천무맹 – 검푸른 하늘 아래의 사령부.
맹주 메가나이트는 묵직한 갑주를 입은 채, 성루 위에서 멀리 협곡을 바라보고 있었다. 철처럼 단단한 그의 눈빛은 바람처럼 흔들리지 않았고, 회색으로 물든 하늘을 가르는 독수리 한 마리가 그의 위를 스쳐갔다.
그 뒤로 걸어오는 인물. 붉은 로브, 흩날리는 은발, 손끝마다 맺힌 열기.
그는 천무맹의 책사이자 무림 최고의 화염술사, 마법사였다.
“전령이 다녀갔습니다, 맹주.”
“말해보게.”
“… 흑풍협곡. 거기서, ‘조각’이 나왔다 합니다.”
메가나이트는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 그 이름을 다시 듣게 될 줄이야.
“암영종은 움직였나?”
“그렇습니다. 페카가 직접 나섰다 합니다. 그리고…”
마법사는 한 장의 그림을 꺼냈다. 바위에 새겨진 문양. 둥근 원의 가운데에 마(魔) 자가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단 하나, 천마신보의 봉인이 깨어졌다는 증표였다.
“이제부터는, 그림자가 춤추기 시작하겠군요.”
한편, 그림자 속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곳.
검은 연기처럼 피어나는 어둠의 세력, 암영종(暗影宗).
수십 년 전 무림에서 금기로 규정된 이 조직은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음지에서 세를 키워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검은 강철의 악귀’ 페카가 있었다.
“마침내, 조각이 떠올랐다.”
페카의 목소리는 쇳소리처럼 낮고 거칠었다.
“강호의 균형은, 이제 깨져야 한다.”
그의 뒤에 서 있는 한 남자. 검은 망토를 두르고 창을 든 자. 다크 프린스.
그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계획대로라면, 광부는 협곡에 도착했을 겁니다. 천무맹도 곧 움직일 테지요.”
페카는 창문 너머 어둠을 바라보았다.
“광부… 놈이 과연 쓸모 있을까?”
“그가 끝까지 충성을 바칠지는 모르지만… 그가 열어줄 틈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곳
강호를 떠돌던 머스킷병.
그는 천무맹 소속도, 암영종도 아니었다. 다만 진실을 쫓는 자, 혼자서 그림자를 쫓는 사냥꾼이었다.
검붉은 태양 아래에서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였다.
“… 천마신보라. 다시 그 이름이 들리는군.”
머스킷병은 옷깃을 여미며 협곡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그의 품속에는 오래전 사라진 자가 남긴 단 하나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조각이 깨어나면, 진실도 드러난다.”
강호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었다.
정파와 사파, 그 중간에서 흔들리는 자들.
빛과 어둠, 그 어떤 경계도 사라지는 시대.
그리고 드디어, 천마신보의 첫 조각이 깨어나려 하고 있었다.
운명의 수레바퀴는, 이미 돌기 시작했다.
《 1장 – 첫 번째 조각을 쫓는 자들》
흑풍협곡.
이름 그대로, 언제나 어둠이 내려앉아 있는 금기의 땅.
수백 년 전, 이곳은 수많은 사파 고수들이 피를 흘리며 목숨을 잃은 전장이었다.
그 피비린내는 아직도 이 대지 아래 잠들어 있었고, 햇빛조차 이 협곡 깊숙한 곳까지는 닿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어둠을 가르며 이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있었다.
협곡 초입, 나무와 안개 사이를 뚫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망토를 어깨에 걸치고, 은으로 장식된 장총을 들고 있는 자.
그는 강호에서 이름 없는 떠돌이지만, 적들 사이에선 ‘장총의 유령’이라 불리는 머스킷병이었다.
그의 곁에, 붉은 로브를 두른 마법사가 조용히 발을 맞추고 있었다. 그의 두 눈은 불처럼 빛났고, 손끝에선 늘 보이지 않는 열기가 흐르고 있었다.
“조각이 이곳에 있다는 게 확실한가?”
머스킷병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쫓은 열기 흐름, 그리고 천무맹이 수집한 천지기의 반응까지… 모든 것이 이곳을 가리키고 있지.”
“그렇담 곧 다른 이들도 나타나겠군.”
“… 이미 와 있을 수도 있어.”
마법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협곡 반대편에서 ‘쿵’ 하는 진동이 땅을 울렸다.
모래와 돌이 튀며, 거대한 검은 형체가 연기를 가르며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갑옷, 거대한 체구, 표정조차 읽히지 않는 강철의 마검사.
암영종의 간부, 페카.
그 뒤에는 마치 그림자처럼 스며드는 미니언 군단, 검은 투구 속 붉은 눈이 번뜩이는 다크 프린스, 그리고 공중을 유영하며 불길을 머금은 괴수, 라바 하운드가 있었다.
“조각은 우리 것이다.”
페카의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협곡 전역에 울려 퍼졌다.
“시끄럽군.”
그와 동시에, 협곡 위에서 거대한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냈다.
땅이 진동하고, 바위가 내려앉았다. 중갑을 입은 거구, 천무맹의 맹주 메가나이트가 도착한 것이다.
“네놈들이 강호를 어지럽힌 지가 얼마나 되었는데, 아직도 입을 놀리는군.”
그의 옆에는 나이트가 검을 들고 서 있었고, 발키리는 조용히 뒤에서 회전검을 꺼내 들며 주변을 경계했다.
마법사가 중얼거렸다.
“이곳에서 충돌이 벌어지면… 단순한 조각 쟁탈이 아니라 전면전이 된다.”
머스킷병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서 더 흥미롭지.”
그 순간, 조용히 협곡 바닥을 파고들던 한 존재가 있었다.
광부.
그는 천무맹 소속이었다. 아니, 겉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그의 손에는 이상한 장치가 들려 있었다. 땅 밑에 매설된 무언가, 그것은 단순한 폭약이 아니었다.
그는 주변을 살피더니,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며 입을 열었다.
“… 계약은 지켜진다. 조각을 넘기는 대가로, 나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했지.”
이윽고 협곡 전체에 긴장감이 팽팽하게 흘렀다.
공중에서는 라바 하운드가 날개를 퍼덕이며 불꽃을 머금고, 지면에서는 미니언들이 칼날을 갈며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중앙에서는 페카와 메가나이트가 서로를 향해 느릿이 다가서고 있었다.
두 존재가 마주 선 그 순간
쾅!
메가나이트가 땅을 내리찍었다. 거대한 충격파가 협곡을 흔들고, 돌들이 산산이 부서졌다.
페카는 그대로 묵직한 검을 휘둘러 그 충격을 막아냈고, 두 거인의 검투가 시작되었다.
한편, 나이트는 다크 프린스를 향해 돌진했고, 발키리는 미니언 군단을 향해 회전검을 내질렀다.
화염과 쇳소리, 비명이 섞이며 협곡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 순간
협곡 후방에서, 갑작스러운 폭발음이 울렸다.
콰과광!!!
머스킷병이 돌아보며 외쳤다.
“무슨 소리지?! 후방에 누가…!”
마법사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리고 곧 알아챘다.
“지뢰다. 누군가 설치한 폭탄이 터졌다!”
그리고, 광부.
그는 폭발의 틈을 타, 협곡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의 뒤를 따라 미니언들이 따라붙고 있었고, 그는 고개를 뒤로 돌리며 낮게 웃었다.
“이제 내 역할은 끝났지.”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협곡의 가장자리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인물이 있었다.
누구보다 강하지만 늘 중립을 지키며, 정파도 사파도 아닌 존재.
해골 왕.
그는 폭발 소리에도 미동 없이 돌아섰다.
“천무맹도, 암영종도… 모두 눈이 멀었군.”
그는 손을 뻗어 땅에 박힌 ‘문양’을 집어 들었다.
그것은 조각의 모양을 본뜬 파편이었다.
“진짜 조각은 이게 아니야… 이건 미끼에 불과하지.”
그의 눈빛은 무섭도록 차가웠다.
“… 이제 진짜를 찾을 시간이군.”
《 2장 – 첫 충돌 》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흑풍협곡, 그 음습한 바람 속에서 첫 번째 칼날이 휘둘러졌다.
“으아아아아!”
전투의 시작은 다름 아닌 미니언 군단의 돌격이었다.
작고 날렵한 그림자들이 협곡 벽을 타고 흘러내리듯 내려오며 천무맹의 전열을 향해 날카로운 단검을 꽂아댔다.
그보다 앞서, 중앙에서는 페카와 메가나이트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었다.
쿵!
메가나이트의 몸이 허공을 날아 페카를 향해 찍히듯 내려왔다. 그 충격파에 주변 지면이 파이고, 바위가 산산이 부서졌다. 하지만 페카는 물러서지 않았다. 묵직한 대검을 수직으로 들어 올려 그 충격을 정통으로 받아냈다.
강철과 강철이 부딪히는 무게감 있는 울림이 협곡을 울렸다.
“그 힘… 예전보다 강해졌군.”
페카의 중후한 목소리가 울렸고,
“너희가 여전히 날뛰는 걸 보면, 내가 덜 때려준 모양이군.”
메가나이트가 웃으며 대검을 들어 다시 돌진했다.
그 옆, 전투의 소용돌이 속에서 머스킷병은 빠르게 장총을 꺼내 들고 미니언들을 향해 사격을 퍼부었다.
탕! 탕! 탕!
순식간에 셋, 넷… 여섯 명이 쓰러졌다.
하지만 머스킷병은 인상을 찌푸렸다.
“수에 밀리겠군…”
그는 몸을 낮추며 뒤로 빠졌다. 그 순간, 한 미니언이 뒤에서 날아들었고, 그의 단검이 머스킷병의 목을 향해 휘둘러졌다.
쾅!
뜨거운 불꽃이 튀었다.
미니언의 몸이 한순간에 타올랐다. 그 뒤에서 마법사가 손을 내리고 있었다.
“등 뒤를 맡겨.”
“그럴 줄 알았지.”
둘은 등을 맞댄 채, 좌우에서 밀려오는 적을 향해 다시 무기를 겨누었다.
한편, 나이트는 어두운 갑주를 두른 다크 프린스와 일대일로 맞붙고 있었다.
“너희 천무맹은 여전히 정의 타령만 하더군.”
다크 프린스가 날카로운 창을 던지듯 찔러오자, 나이트는 검을 수평으로 세워 받아냈다.
쾅!
칼날과 창날이 맞부딪히며 불꽃이 튀었다.
나이트는 힘으로 밀어붙이며 대답했다.
“적어도 배신은 하지 않지.”
“그래? 그럼 뒤를 확인해 보는 건 어때?”
나이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직감적으로,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콰과과광!!
협곡의 후방, 천무맹 진영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울렸다.
머스킷병이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이런… 후방이?!”
마법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방금 그건… 지뢰다. 누군가 설치해 둔 폭약이야!”
그 순간, 땅을 뚫고 나타난 인물이 있었다.
광부.
그는 한 손에는 흙을 묻힌 곡괭이, 다른 손엔 조그마한 장치를 들고 있었다.
그의 주변엔 미니언 몇 명이 그의 퇴로를 보호하고 있었고, 그는 아무런 미련도 없이 협곡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 배신자 놈이…!”
머스킷병이 분노에 찬 외침을 터뜨렸지만, 이미 늦었다.
광부는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
그의 뒷모습에선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었다.
그것은 철저한 계획 아래 실행된 배신이었다.
“하아… 너무 쉽군.”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크 프린스가 조용히 웃었다.
“조각을 넘긴다는 조건, 광부는 잘 기억하고 있군.”
하지만 그 순간, 페카의 칼끝이 다크 프린스를 스치듯 스쳐 지나갔다.
“계획이 어쨌든,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 혼란 속에서도
진짜 배신자는 따로 있었다.
협곡 바깥, 모두의 시선에서 멀어진 한 고요한 곳.
그곳에서 해골 왕은 협곡 전체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다들 조각 하나에 눈이 멀었군.”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작은 파편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가짜였다.
진짜 조각은 아직 어딘가에 숨겨져 있었고, 해골 왕은 이미 그 단서를 쥐고 있었다.
“… 이제 내가 움직일 차례다.”
《 3장 – 배신의 시작 》
협곡은 여전히 혼돈 속에 잠겨 있었다.
전투는 계속되고 있었지만, 전열은 이미 무너졌고, 싸움은 전략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변해가고 있었다.
천무맹과 암영종.
이들의 싸움은 단순한 조각 하나를 넘어서, 이제 서로의 심장부를 겨누는 전면전으로 번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가장 큰 상처는 칼이 아닌 믿음의 배신에서 시작되었다.
“광부가… 광부가 우리를 배신했어!”
머스킷병의 목소리는 믿기 힘든 현실 앞에서 떨리고 있었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장총을 휘두르며 폭발 지점을 향해 달려가려 했지만, 마법사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지금은 쫓을 때가 아니야. 후방 정비대가 괴멸당했어. 먼저 방어선을 다시 세워야 해!”
“…젠장, 왜 그랬을까…”
머스킷병은 속으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삼켰다.
광부는 말이 없고, 늘 조용히 자신의 일을 해내는 인물이었다. 누구보다 믿음직했고, 은밀한 임무에선 가장 유능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그 믿음을 짓밟았다.
암영종 쪽, 페카의 진영 안쪽에선 광부가 무사히 도착해 있었다.
“조각은 넘기지. 약속대로라면—”
“약속?”
페카의 검은 철가면 속에서 울리는 목소리가 무겁게 끼어들었다.
“그대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광부의 눈이 흔들렸다.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라바 하운드가 그의 등 뒤를 맴돌았다.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를 스쳤고, 광부는 본능적으로 땀을 흘렸다.
“… 약속이 있었을 텐데.”
“네놈 같은 배신자는 어디서든 환영받지 못한다.”
페카의 말은 냉정했고, 라바 하운드가 으르렁거렸다.
그 순간, 옆에서 다크 프린스가 천천히 손을 들어 라바 하운드를 막았다.
“잠깐. 그가 넘긴 정보는 진짜였어. 어차피 그는 우리 편도 아니고, 천무맹도 아니야. 지금 죽이기엔 아깝지.”
그 말에 페카는 묵묵히 칼을 거두었다.
“그렇다면, 감시 아래 둬라. 이 자는 믿을 수 없다.”
광부는 숨을 삼켰다.
그는 살아남았지만, 자유를 잃었다.
배신의 대가는… 생각보다 더 혹독했다.
한편, 그 모든 소란에서 벗어난 자가 있었다.
해골 왕.
그는 여전히 협곡 밖, 외부의 작은 절벽 위에 서 있었다.
바람이 휘몰아치고, 낡은 망토가 펄럭였다.
그의 손엔 조각이 있었다.
진짜였다.
그는 조용히 그것을 바라보다가, 망토 안에서 낡은 문서 하나를 꺼내 펼쳤다.
“‘천마신보’의 지도… 마지막 조각의 위치…”
문서는 희미하게 태워졌고, 내용의 반은 사라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이미 해독을 마쳤고, 조각들이 향하는 최후의 장소가 어딘지 알고 있었다.
“천무맹, 암영종… 모두 조각에 눈이 멀었다.
진짜 마지막은… 나의 것이 된다.”
그 순간, 그의 뒤로 한 인영이 다가왔다.
“계획대로 진행 중인가요?”
검은 복면을 쓴 자, 바로 정체불명의 자객,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인물이었다.
해골 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 마지막 단계만 남았어.
조각이 모두 모이면, 봉인도 깨어난다.”
협곡의 혼란 속,
다시 전투가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있었다.
전투의 끝에서 천무맹 진영은 중상을 입고 물러섰고, 암영종도 광부와 조각 회수를 마친 후 퇴각했다.
서로가 완승은 아니었지만, 첫 충돌은 확실히 ‘균열’을 남겼다.
믿음의 균열, 전선의 균열, 진실의 균열…
그리고 그 균열의 한가운데,
누구보다 먼저 움직이는 자가 있었다.
발키리.
그녀는 조용히 전장을 빠져나오며, 손에 쥔 피 묻은 부서진 조각을 바라보았다.
“… 이건… 가짜야.”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이미 전투의 희생이 많았고, 이 모든 것이 누군가의 유인책이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그녀의 눈빛은 흔들렸고, 어딘가를 바라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 너야, 해골 왕.”
《 4장 – 조각의 탈취 》
흑풍협곡은 여전히 전투의 여운으로 뒤덮여 있었다. 불타오른 땅, 검게 그을린 바위, 그리고 무수히 흩어진 무기들. 메가나이트는 한 무릎을 꿇은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의 곁엔 파편으로 흩어진 미니언들의 갑옷 조각이 널려 있었다.
“조각은… 어디에 있지?”
머스킷병이 흙먼지를 털며 다가왔다. 그는 자신의 장총을 어깨에 걸친 채 주변을 예리하게 둘러보았다. 발키리는 아직도 회전 검을 쥐고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아까 그놈… 광부가 조각을 들고 도망쳤다.”
마법사의 말에 메가나이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입술 끝이 일그러졌다.
“그렇다면… 우린 아무것도 얻지 못한 거로군.”
“아니, 하나 얻었지.”
머스킷병이 말했다.
“배신자가 누구인지.”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머스킷병에게 향했다. 그가 턱으로 가리킨 곳엔 쓰러진 광부의 흔적, 그리고 그의 도주 방향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놈은 우리 진영 안에서 오래도록 활동하고 있었어. 작전, 이동 경로, 암호… 모두 알고 있었지. 그게 아니고서야 암영종과 그렇게 자연스럽게 접촉하진 못했을 거야.”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마법사가 말을 끊었다.
“그 조각이 사라졌다는 거다.”
그 순간, 땅 밑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모두가 즉시 자세를 취하며 무기를 들었다. 갑작스레 한 구덩이가 무너지고, 그 안에서 누군가가 피투성이가 되어 기어 올라왔다.
“광부다!”
발키리가 먼저 달려갔다.
광부는 온몸이 지뢰 파편에 찢겨 있었고, 손에는 조각이 들려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가짜였다. 딱 봐도 조잡한 모형, 마법의 흔적도 없이 금박으로 덧칠된 모조품이었다.
“뭐지?… 장난인가?”
머스킷병이 조각을 집어 들었다.
“이건… 일부러 남긴 거야. 누군가 조각을 진짜처럼 만들어 광부 손에 쥐여줬어.”
그때였다. 머스킷병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 진짜 조각은 이미 누군가에게 넘어갔다.”
“그 누군가는… 광부도 아니고 암영종도 아니라면?”
마법사가 중얼거렸다.
메가나이트가 주먹을 꽉 쥐었다.
“… 해골 왕.”
바로 그 순간, 협곡 끝자락에서 묘하게 일렁이는 어둠이 감지되었다. 그리고 아주 짧은 시간,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메아리처럼 퍼졌다.
“크크크… 다들 열심히군.”
발키리는 발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둠 속에서… 누가 날 지켜보고 있어.”
《 5장 – 그림자 너머의 손 》
해골 왕은 협곡 너머, 바람마저 숨을 죽인 절벽 위에 서 있었다. 그의 검은 망토가 어둠과 하나 되어 일렁였다. 손엔 진짜 ‘조각’이 들려 있었다.
“소란스러웠지만… 예상대로 흘러가는군.”
그의 눈은 붉은 안개 너머 전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미니언의 잔해, 천무맹의 부상자, 도주한 광부, 그리고 모조품. 모든 것이 그의 의도 안에 있었다.
“광부는 이중첩자가 아니었지… 단지 미끼일 뿐.”
그는 조각을 하늘 높이 들어 보았다. 조각은 검은빛을 내며 희미한 진동을 일으켰다.
“이것이 깨어나는 순간… 봉인은 풀릴 것이다.”
그의 뒤에 검은 그림자 하나가 다가왔다. 로얄 고스트였다. 그의 모습은 희미했지만, 살기를 숨기지 않았다.
“해골 왕. 조각은 우리 것이었다.”
“정확히는, 네놈들 손에 들어갈 뻔했지. 하지만 역시… 너희도 그릇이 못 된다.”
로얄 고스트는 그의 말에 반응 없이 침묵하다가, 서서히 검을 뽑았다.
“이제부터의 싸움은 조각을 둘러싼 힘 그 자체를 두고 벌어지는 것이지. 정파도 사파도 의미 없어.”
해골 왕이 피식 웃었다.
“좋다. 그럼 이 조각을 가져가 보든가.”
그는 조각을 하늘로 던졌다.
순간, 로얄 고스트는 눈을 번뜩이며 몸을 날렸다. 그러나 그의 손이 닿기 직전, 조각은 공중에서 어둠의 틈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뭐지?!”
로얄 고스트가 이를 악물었다.
“봉인의 힘이 스스로 움직이고 있어. 이제 단순한 보물이 아니야. 조각은… 스스로 주인을 선택하려 하지.”
해골 왕은 어둠 속으로 물러나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다음 조각은 북천궁(北天宮)에 있을 거다. 하지만… 거긴 너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지.”
그리고 그는 안개처럼 사라졌다.
《 6장 – 북천궁의 부름 》
며칠 후, 천무맹 본부인 ‘백련산장’에 보고가 도착했다. 백발의 정예병이 메가나이트 앞에 무릎 꿇고 말했다.
“해골 왕의 행방이 확인되었습니다. 다음 조각의 위치는… 북천궁입니다.”
“북천궁이라면… 예전 천무맹의 전 거점이었던 곳 아닌가?”
머스킷병이 놀란 눈으로 말했다.
“맞다. 하지만 지금은 폐허가 되어, 사람의 출입조차 금지된 장소지.”
마법사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엔… 천무맹의 과거와, 감춰진 어둠이 함께 묻혀 있다.”
메가나이트는 조용히 칼자루를 쥐었다.
“우린… 그곳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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