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그리는 하루/창작무협

《천마신보: 패를 쥔 자들》 제3편 – 칼끝의 균열

챨스씨 2025. 4. 21. 11:07


제3편 – 칼끝의 균열

서장 – 숨겨진 조각

검은 숲, 수백 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폐허의 땅.
밤을 삼켜버릴 듯 짙은 어둠이 나무 사이를 뒤덮고,
한 줄기 바람조차 낯선 기척에 움츠러드는 고요가 흐른다.

그 고요를 깨뜨리는, 낮고 건조한 걸음소리.
해골 왕은 어둠을 뚫고 숲 속 깊은 장막을 걷어내며 나아갔다.

그의 발길이 멈춘 곳엔, 검은 비석과 무너진 옛 제단이 있었다.
그 제단 위엔, 나머지 네 조각과는 전혀 다른 기운을 지닌
붉은빛 석편(石片) 하나가 가만히 놓여 있었다.

“이 조각을 가진 자는…”
해골 왕은 중얼이며 손을 뻗었다.

손끝이 닿자, 조각은 희미하게 진동하며 음산한 기운을 흘려보냈다.
순간, 바람이 멎고 숲 전체가 숨을 죽인 듯했다.

“…천마신보의 일부를 다룰 수 있지.”

해골 왕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는 조각을 천천히 들어 올리며 속삭였다.

“하지만 이건… 진짜가 아니야.”

조각의 붉은빛은 이내 사그라들며 회색으로 바뀌었다.
해골 왕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정교한 위조품. 아마 로얄 고스트의 짓이겠지. 나를 시험하려는 거야.”

그 순간, 제단 뒤편의 어둠 속에서 낯익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역시 알고 있었군.”

로얄 고스트였다.
그는 검은 망토를 휘날리며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그만 연막을 걷지. 자네도, 나도… 같은 것을 원하잖아.”

“진짜 조각?”
해골 왕이 조소하듯 웃었다.

“그래. 그리고 그 조각은 지금,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 있지.”

로얄 고스트의 눈빛이 번뜩였다.
“천무맹의 내부자—우리가 심은 자 말이야.”

“… 나이트?”

해골 왕이 눈썹을 살짝 추켜올리자, 로얄 고스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어. 그리고 그 갈림길이… 곧 균열이 될 거야.”

해골 왕은 조용히 진짜 조각의 위치가 담긴 두루마리를 꺼내
제단 아래, 오래된 암반 틈 속에 숨겨 넣었다.

“이 세력 모두가 이 조각을 쫓아 움직일 거야.
그들의 욕망, 의심, 그리고… 배신이 칼끝처럼 충돌하겠지.”

로얄 고스트가 뒤돌아 나서며 말했다.
“이제, 진짜 게임이 시작되지.”


1장 – 천무맹의 혼란

천무맹 본진, 백학산성.

전투 이후의 짙은 긴장감이 산성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장군들은 각자의 진영으로 물러갔지만, 회의장은 여전히 한기를 머금고 있었다.
지금, 이곳에서 터질 ‘무언가’를 모두가 예감하고 있었다.

“우리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

메가나이트의 주먹이 회의실 중앙 탁자 위에 내려앉았다.
그 거대한 철장갑은 단단한 목재를 박살 내며 금이 갔다.

“이건 단순한 짐작이 아니야. 정보가 새고 있어. 그것도… 의도적으로.”

그는 회의장에 모인 이들을 한 명씩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가 움직이기 전, 암영종이 미리 준비하고 있었어. 우연이라고? 한두 번이면 몰라. 이건 명백한 내통이야.”

무거운 침묵.

마법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그 배신자는 누구일까?”

그는 손가락을 휘저으며 마법진 하나를 회의실 중앙에 띄웠다.
공중에 떠오른 마법진은 천무맹의 작전 동선을 시간대별로 보여주었다.

“협곡 전투 직전, 전술 변경이 있었지. 이건 소수만 아는 정보였어.”

그는 붉은 원으로 세 명을 지목했다.
“메가나이트, 머스킷병, 나이트.”

“잠깐.”
머스킷병이 황급히 손을 들었다.
“나도 물론 정보는 알고 있었지만… 난 전투 후까지 병력을 이끌고 있었어. 의심은 좀 심한 거 아닌가?”

“그래서 확인할 방법이 있어.”
발키리가 회의장 문을 밀치고 들어왔다.

그녀는 오른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었다.
작은 은빛 두루마리였다. 바깥의 비를 맞은 듯 축축했고,
붉은 밀봉 도장은 절반쯤 뜯긴 채 남아 있었다.

“이걸… 내가 본진 밖 3리 거리에서 발견했어.”

메가나이트가 눈을 찌푸렸다.
“그건… 밀서잖아?”

“암영종의 밀서. 우리 내부에서 누군가가 이걸 전달하려던 중에 실수로 떨어뜨린 것 같아.”

발키리는 천천히 밀서의 인장을 펼쳤다.
그 순간, 모두의 눈이 인장 위에 새겨진 문양으로 향했다.

천무맹의 기사단장이 사용하는 문양.
그 문양은, 나이트의 것이었다.

회의장은 얼어붙은 듯 정적에 잠겼다.

“……설마.”
마법사가 믿기지 않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럴 리가 없어. 나이트는… 전장에서 수없이 목숨을 걸어온 인물이다. 우릴 위해 싸워왔어.”

“하지만 그만큼 움직임도 많았지.”
메가나이트가 낮게 말했다.
“정보를 주고받기에 가장 좋은 위치에 있었단 얘기야.”

발키리는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사라졌던 적, 암영종의 진로를 이미 알고 있었던 점… 다 연결돼.”

머스킷병이 침묵을 깨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나이트를 배신자로 몰자는 건가?”

마법사는 고개를 저었다.
“확신 없이 판단하긴 이르다. 지금은, 감시를 강화해야 해. 그리고…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어.”

메가나이트는 조용히 일어섰다.
“나이트가 돌아오면, 진실을 직접 듣겠어. 그때까지… 누구도 경거망동하지 마라.”

그 순간, 회의장 바깥에서 병사 하나가 급히 들어왔다.
“나이트님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서로를 향해 날카롭게 부딪혔다.
어딘가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균열은 곧 칼끝으로 바뀌리라.


2장 – 암영종의 계획

깊은 밤, 그림자만이 숨 쉬는 땅,
사혼봉 아래의 어둠 속에서 암영종의 주요 인물들이 모여 있었다.
은밀한 불꽃 아래, 회의가 시작되었다.

페카는 거대한 검을 땅에 찔러 넣은 채 입을 다문 채 서 있었고,
다크 프린스는 불꽃을 응시하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로얄 고스트만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잔에 담긴 붉은 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우리는 지금 아주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날 선 칼날을 품고 있었다.
“해골 왕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조각 중 일부는 그의 손에 들어갔다.
하지만 다행히… 그가 가진 건 가짜라는 거지.”

다크 프린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가짜?”

“그래. 내가 그렇게 만들었거든.”
로얄 고스트는 작게 웃었다.
“진짜 조각은 여전히 숨어 있고, 그 위치를 아는 건 극히 일부뿐이야.”

페카가 입을 열었다.
“그럼 왜 우리를 그 협곡으로 보낸 거지?”

“미끼였지.”
로얄 고스트는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잔을 내려놨다.
“우리는 일부러 조각이 그곳에 있는 것처럼 꾸몄고, 천무맹도 낚여 들었지.
전투가 일어난 건 예상된 범위였어. 하지만 그다음이 중요하지.”

그는 조용히 손짓했다.
한 병사가 다가와서 밀서 하나를 전달했다.
밀서에는 붉은 도장이 찍혀 있었고, 그 위엔… 천무맹의 문양이 선명했다.

다크 프린스가 그것을 들고 인장을 살폈다.
“……이건 나이트의 인장이다.”

로얄 고스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우리 쪽으로 흘러들어온 정보의 대부분은,
그를 통해 들어왔다.”

“말도 안 돼.”
다크 프린스가 밀서를 내려놓으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전장에서 수많은 암영종 전사를 쓰러뜨린 자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완벽한 스파이지.”
로얄 고스트는 고요히 말했다.
“신뢰받는 자, 충직한 자, 영웅으로 보이는 자일수록… 더 깊이 침투할 수 있지.”

페카는 조용히 묻는다.
“그럼 그의 목적은 뭔가?”

로얄 고스트는 불빛에 얼굴을 기울였다.
“그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이 판에 뛰어들었어.”

“누군가?”
다크 프린스가 물었지만, 로얄 고스트는 그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그는 낮게 속삭였다.
“이제 남은 건, 그를 우리의 편으로 완전히 끌어오는 것뿐이야.”

다크 프린스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리고 그가 거부하면?”

로얄 고스트는 잔을 들어 올리며 조용히 말했다.
“그땐… 제거해야겠지. 지금 그는 칼끝 위에 서 있다.
우리를 위해, 혹은… 우리에게 등을 돌린 채 죽을 것인가.”

페카는 거대한 검을 다시 들며 말했다.
“그가 진짜 배신자인지, 아니면 조종당하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결국… 전장에서 피로 증명할 뿐이지.”

불꽃이 위로 치솟았고,
그 순간 로얄 고스트는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이 전쟁, 이제부터 진짜가 시작된다.’


3장 – 배신과 계략

찬 바람이 스치는 뒷골목.
빛조차 꺼려하는 좁은 골목 어귀에서,
나이트는 검은 망토를 두른 채 조용히 벽에 기대 서 있었다.

그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손끝에는 아직 닦지 못한 피가 말라붙어 있었고,
그가 바라보는 골목 끝에는 곧 나타날 자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그리고, 그가 나타났다.
해골 왕.

어둠보다 짙은 검은 로브를 입은 해골 왕은 조용히 다가오며 말했다.
“이런 곳에서 나를 기다릴 줄이야. 예상보다 용감하군.”

나이트는 눈을 좁혔다.
“용기가 아니라… 확신이 필요했다.”

“확신?”
해골 왕이 조소 섞인 웃음을 흘렸다.
“네가 섬기던 천무맹은 널 의심하고 있다.
그들은 곧 널 제거할 계획을 세울지도 몰라.”

“… 알고 있다.”

“그래도 그들에게 충성을 바치겠다고?”
해골 왕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넌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배신자로 몰려 끝내 제거되든지,
혹은—진실을 쥐고 살아남든지.”

나이트는 잠시 침묵했다.
그의 눈앞에 떠오른 것은 발키리의 얼굴이었다.
함께 싸우며 믿음을 나눈 동료,
그러나 그 눈동자에도 의심이 깃들기 시작했음을 그는 느끼고 있었다.

“… 난 아직, 그들을 완전히 등질 수 없다.”

“그럼 그들이 널 먼저 등질 거다.”
해골 왕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단순한 전쟁이 아니야. 계략과 음모, 배신과 진실이 얽힌 판이다.
넌 그중 어디에 설 건가?”

나이트는 고개를 들었다.
“나는… 조각을 찾을 것이다.
천마신보가 깨어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해골 왕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 결국 너도 그 힘을 두려워하고 있군.”

그는 손가락을 튕기자, 그의 뒤에서 두 명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마치 그림자 속에서 태어난 자들처럼, 한 치의 인기척도 없었다.

“이들은 내 그림자 부대.
넌 그들을 이끌고, 황무지로 향해라.”

“황무지?”

“진짜 조각의 흔적이 그곳에 남아 있다.”
해골 왕은 천천히 말했다.
“너는 그곳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다.
네가 여전히 ‘정의’라는 이름을 믿고 살 것인지,
아니면—너 스스로의 신념을 따를 것인지.”

나이트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잊지 마라. 넌 언제든 내 적이 될 수 있다.”

해골 왕은 웃었다.
“그건 네가 살아남았을 때 얘기지.”


한편, 천무맹 본진.
발키리는 나이트가 며칠째 연락이 없다는 사실에 깊은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있는 방향을 추적하고 있었고,
마침내… 황무지로 향한 흔적을 발견했다.

“나이트… 넌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 옆에서, 마법사는 조용히 속삭였다.
“곧 모든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누가 배신자였는지,
누가 진정한 ‘패’를 쥔 자였는지.”

4장 – 균열의 조짐

천무맹의 본진.
바람은 고요했지만, 공기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장에 나가기 전의 침묵,
혹은…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의 정적.

발키리는 침묵 속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나이트의 흔적은 황무지로 이어지고 있었고,
그가 아무런 보고 없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정당한 이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그를 믿고 싶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그 믿음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
발키리는 속삭이듯 말했다.

그녀 옆에 선 마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믿음은 때론 가장 치명적인 맹점이 되지.
특히, 전쟁의 한가운데에서는.”

그때, 메가나이트가 천천히 들어왔다.
그의 눈빛엔 굳은 결의가 담겨 있었다.

“나이트가 사라졌어.
그가 조각의 위치에 대해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우린 움직여야 해.”

발키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배신자라는 증거는 없어.
조금만 더… 기다리면—”

“기다리다 당하는 게, 지금 우리가 반복하는 실수야.”
메가나이트의 말에 머스킷병이 맞장구쳤다.
“한 명 때문에 전체가 흔들릴 순 없어.”

잠시의 침묵.
그 사이, 마법사가 작게 입을 열었다.
“우리가 준비를 서두르지 않으면,
해골 왕이 먼저 움직일 거다.”


그 시각, 암영종

다크 프린스는 로얄 고스트의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여전히 나이트의 배신에 확신이 없는 눈빛이었다.

“정말… 그가 우리 편일까?”

로얄 고스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편이라기보단, 그저… 기회를 본 거지.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향으로.”

“하지만 그런 자를 믿고 움직이는 건 위험해.”

“위험은 항상 가치와 함께 오는 법이지.
그가 조각의 위치를 알고 있다면,
우린 그를 통해 진짜 조각을 찾을 수 있다.”

로얄 고스트는 책상 위에 펼쳐진 고지도를 가리켰다.
“황무지.
모두가 무시했던 그 땅,
사실 그곳이… 천마신보의 흔적이 처음으로 나타난 곳이야.”

다크 프린스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리고… 조각도?”

“그래.
나이트는 그곳으로 향했고,
해골 왕도… 움직였다.”

“우린?”

로얄 고스트는 조용히 말했다.
“우린… 전면전이 아니라,
그들보다 먼저 움직이는 거야.”


황무지, 다음 충돌의 무대

나이트는 모래바람 속에서 눈을 떴다.
그는 지도를 펼쳐 확인하고 있었다.
바람은 거칠었고, 시야는 흐렸다.
하지만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이곳에 조각이 있다.’

해골 왕이 보낸 그림자 부대는 이미 인근의 암석 지대를 탐색 중이었다.
그들의 발밑에서 희미하게 울리는 기척—
마치… 땅속 무언가가 잠들어 있는 듯한 감각.

“조각이 반응하고 있어.”
나이트는 조용히 중얼였다.

그러나 그 순간—
멀리서 번쩍이는 불꽃.

천무맹의 깃발이 보였다.
그리고, 그 반대편엔
검은 망토를 두른 암영종의 척후병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왔군.”
나이트는 칼자루를 쥐었다.

“이제부터 진짜 전장이 시작된다.”

5장 – 충돌

황무지의 태양은 뜨거웠지만, 그보다 더 날카로운 건,
지평선을 가로지르는 검은 형체들이었다.

천무맹의 선봉에는 메가나이트가 있었다.
그의 뒤로 머스킷병, 발키리, 마법사가 진형을 이뤘고
하늘 위에선 베이비 드래곤이 유영하며 감시를 이어갔다.

반대편, 바위 너머
검은 망토의 암영종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크 프린스, 페카, 로얄 고스트, 그리고 그림자 마법사까지.
그들은 조용히 황무지의 바람 속에 섞여 들고 있었다.

“적이다.”
발키리가 말했다.

“이번엔 피하지 않겠군.”
메가나이트가 중얼였다.
그의 눈빛은 전투 전의 짙은 예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누가 먼저 움직일까?”
머스킷병이 낫게 말했다.

그 질문의 답은 의외로 빨랐다.

펑!

지면이 폭발하며 흙먼지가 솟구쳤다.
그 중심에서, 해골 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서 오게, 용사들이여.”
그의 목소리는 마치 무대 위의 연극배우처럼 유려했고,
그와 동시에 황무지의 깊은 틈에서,
검은 병사들이 솟아올랐다.
그림자 군단이었다.

“함정이었군…”
마법사의 눈이 번뜩였다.

“우릴 이 자리에 모으기 위해, 가짜 조각의 정보를 흘린 거야.”
발키리는 검을 꺼냈다.

“흥미롭군.”
로얄 고스트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속았다는 건 인정해야겠지.”

“하지만…” 다크 프린스가 검을 내렸다.
“이대로 당해줄 순 없어.”

암영종과 천무맹이 동시에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이 전장은 더 이상 둘만의 것이 아니었다.

해골 왕은 손을 들어 검은 조각을 공중에 띄웠다.

“이 조각은 진짜가 아니지.
하지만 이 안엔, 우리가 찾아야 할 진실을 여는 열쇠가 있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각이 하늘에서 부서지며 검은 기운이 퍼져 나갔다.
대지는 흔들렸고,
지면 아래에서 무언가가 깨어났다.

고대의 수호자.
천마신보를 지키기 위해 봉인된 존재.
형체는 짐승이었고, 눈은 사악하게 붉게 빛났다.

“젠장… 이번엔 진짜 싸움이군.”
메가나이트가 앞장섰다.

발키리는 발을 굴러 앞으로 나아가며 외쳤다.
“우선 살아남아야 해!”

천무맹과 암영종은 어쩔 수 없이 같은 방향으로 검을 겨누었다.
하지만 그 속엔
언제든 서로를 노릴 수 있는 갈등과
‘믿을 수 없는 동맹’의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
나이트,
그는 황무지의 외곽에서 이 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진짜 조각이 있었다.

“모두가 가짜를 쫓고 있어…
그 틈에서 난, 진실에 닿는다.”

그는 등을 돌렸다.
그리고 발을 내디뎠다.
그의 길은—
누구도 따르지 않는 방향이었다.

6장 – 조각의 파편들

나이트는 황무지의 서쪽 끝,
거대한 바위산 너머의 동굴 안으로 발을 들였다.

조각은 희미하게 빛을 내며
그를 인도하듯 진동하고 있었다.

“여기가… 진짜 시작이군.”

동굴 깊숙한 곳에는 오래된 비문이 새겨져 있었고,
그 중심엔 석판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 위에는 세 개의 홈이 파여 있었다.
그리고 나이트가 가진 조각은
그중 하나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찰칵—

조각이 제자리를 찾자,
석판에서 붉은빛의 무늬가 퍼지며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천마신보는 단순한 무공서가 아니다.”
“그것은, 강호를 뒤집을 권력의 심장.”

나이트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건… 전설이 아니었어…”

그가 뒤를 돌아보자,
동굴 입구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역시 여기 있었군.”
발키리였다.

“날 따라왔군.”
나이트는 조용히 말했다.

“처음부터 널 의심했던 건…
그냥 내 직감이었어. 하지만 지금은 달라.”
발키리의 목소리엔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이 조각은 진짜야.”
나이트는 조각을 가리켰다.
“그리고… 내가 이걸 왜 찾아야 했는지, 이제야 알겠어.”

발키리는 잠시 침묵하다 물었다.
“우리 편을 버린 이유가, 그것 때문이야?”

나이트는 고개를 저었다.
“난 누구의 편도 아니다.
그저… 이 전쟁을 끝내고 싶었을 뿐이야.”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공기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감정의 잔해로 뒤섞여 있었다.

그때—

쾅!

동굴이 흔들렸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야기 참 감동적이군.”
로얄 고스트였다.
“하지만 조각은 우리 암영종이 가져가야겠어.”

그는 빠르게 검은 안개를 펼치며
석판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나이트가 막으려 했지만,
로얄 고스트의 기척은 그보다 빨랐다.

그러나—

쾅!

발키리가 몸을 날려
로얄 고스트의 칼끝을 막아섰다.

“이건… 우리가 끝내야 해.”
그녀는 피를 흘리면서도 일어섰다.

“발키리…”
나이트의 눈이 흔들렸다.

“이 조각은… 네가 가져가.”
발키리는 조용히 속삭였다.

“그리고… 우리가 그토록 지키려 했던 세상을 위해 써줘.”

나이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순간,
석판이 다시금 흔들리며 또 다른 통로를 열었다.

새로운 길.
다음 조각이 숨겨진 장소.

나이트는 조각을 품에 넣고
그 문 너머로 향했다.

그리고 뒤에서
로얄 고스트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모든 게… 예상대로 흘러가는군.”
그의 입꼬리에 섬뜩한 미소가 떠올랐다.